경상북도 봉화의 숨결, 청량산도립공원에서 마주한 12봉우리의 위로
2026-01-20
구름 위를 걷는 듯, 청량산의 첫인상
경북 봉화 명호면에 위치한 청량산도립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공기의 온도였다. 이름처럼 ‘청량한’ 기운이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기분. 2007년 명승으로 지정된 이곳은 주왕산, 월출산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기악으로 불린다는데, 왜 그런 명칭이 붙었는지 산 아래에 서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입구에서 마주한 퇴계 이황 선생의 ‘청량산가’ 시비는 이곳이 단순히 험준한 산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학자와 시인들이 머물며 사색하던 인문학의 숲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12개의 바위 병풍, 6.6봉이 그려낸 수묵화
청량산의 진면목은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12개의 봉우리에 있다. 장인봉을 중심으로 선학봉, 자란봉, 탁필봉 등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12개의 봉우리는 마치 거대한 바위 병풍을 산 위에 두른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맑은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꼭 옛 선비들이 붓을 놀리는 소리처럼 느껴져 묘한 운치를 더했다. 김생굴이나 원효굴 같은 8개의 굴과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던 독서대까지, 산 곳곳에 박힌 역사적 흔적들은 이 산이 지닌 깊이를 짐작게 한다. 특히 최치원이 마시고 총명해졌다는 총명수 한 모금에 머릿속이 맑게 헹궈지는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감동이다.
시간이 멈춘 자리, 청량사와 산성의 기억
산 중턱에 자리한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고즈넉한 산사 마당에 서면 겹겹이 쌓인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 퇴계 선생이 문인들과 강론했다는 오산당과 공민왕의 피난 시절 전설이 깃든 청량산성까지 둘러보고 나면, 왜 이곳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불리는지 알게 된다. 산을 내려오며 박물관과 농경문화전시관도 함께 들렀는데, 거창한 관광지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는지를 차분히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팁
청량산은 워낙 험준한 산세로 유명하니, 방문 전에는 반드시 기상 상태를 확인하고 가벼운 등산화와 충분한 수분을 챙기는 것이 좋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숲이 가장 싱그러운 초여름이나 단풍이 12봉우리를 물들이는 늦가을을 추천한다. 봉화의 청량산은 한 번 다녀가면 문득문득 일상에서 떠오르는 그런 산이다.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마음을 털어내고 싶다면, 봉화로 떠나는 이 여행을 계획해 보길 바란다.
자주 묻는 질문
- 청량산도립공원은 어떻게 찾아가나요?
-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로 255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차 이용 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면 편리하며,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봉화읍이나 명호면에서 운행하는 버스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청량산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 청량사와 응진전, 퇴계 선생의 흔적이 담긴 오산당, 그리고 김생굴 등이 주요 명소입니다. 체력에 맞춰 12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는 탐방로를 선택해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