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당사지, 기황후의 전설이 깃든 고즈넉한 돌탑 아래 머문 시간

바람이 머무는 길, 원당사지로 향하는 길

제주 제주시 원당로16길 41,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한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삼양동 골목길을 따라 조금 깊숙이 들어오니 낮은 돌담 너머로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사찰의 입구가 보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흙내음과 싱그러운 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어요. 바닷바람이 잦아들 무렵, 나무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채우는 찰나, 비로소 ‘제주다운’ 고요함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황후의 염원이 스며든 불탑사 오층석탑

이곳은 고려시대 탐라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시절, 원나라 사람들이 세웠던 원당사라는 사찰의 터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원나라 기황후가 고려의 풍수가들을 총동원해 명당자리를 찾아내 이곳에 절을 세우고 간절히 불공을 드렸다고 해요. 지금은 원당사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아담한 불탑사가 들어서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붙잡은 것은 보물로 지정된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투박한 현무암 석탑은 꼿꼿하면서도 어딘가 애처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의 정교함이 제주의 거친 돌과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손끝으로 차가운 돌 표면을 스치니 천 년 전 누군가의 간절했던 기도가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인공적인 조형물 하나 없이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탑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기분이었죠.

잊지 말아야 할 여행의 조각들

원당사지는 규모가 크지 않아 가볍게 산책하듯 둘러보기 딱 좋습니다. 사실 거창한 볼거리를 기대하고 오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굽이진 길을 따라 걸으며 돌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만끽하고, 사찰 마당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근처의 삼양해수욕장을 꼽고 싶습니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 바다에서 파도 소리를 듣고 난 뒤, 조금 위로 올라와 이곳의 정적인 분위기를 경험한다면 제주의 다채로운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추천하는 방문 시간은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해가 살짝 기울어지며 석탑에 길고 부드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입니다. 이때가 사진도 가장 따뜻하게 나오고, 인적도 드물어 온전히 공간을 독점하며 사색을 즐길 수 있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원당사지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당로16길 41로 가시면 됩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인근 삼양동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관람 시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사찰 내부에 위치한 장소이므로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하시고, 불탑사 오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이니 훼손되지 않도록 눈으로만 감상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햇살이 부드러워지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따뜻한 분위기와 고즈넉한 풍경을 모두 담으실 수 있습니다.

소쿨리스트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