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봉 숲길에서 만난 제주의 마음, 건입동 모충사 산책기

사라봉 숲길에서 만난 제주의 마음, 건입동 모충사 산책기

제주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모충사로 향하다

제주항 근처,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 사라봉을 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차분해지는 곳이 있다. 제주시 건입동의 울창한 숲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모충사다. 1977년, 17만 명의 마음이 모여 세워진 이곳은 그저 그런 평범한 공원이 아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쌉쌀한 흙 내음과 빽빽한 나무 사이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마음을 단번에 무장해제 시킨다.

세 개의 탑에 담긴 제주의 어제와 오늘

모충사의 중심에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세 개의 탑이 있다. 정면에는 일제강점기 조국을 위해 싸웠던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의병항쟁기념탑이 서 있다. 그 곁을 지키듯 왼쪽에는 순국지사 조봉호 선생의 기념비가, 오른쪽에는 제주 나눔의 아이콘인 김만덕 할망의 기념탑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차가운 돌덩이일 뿐인 탑들이지만, 그 앞을 서성이면 당시 사람들이 품었을 뜨거운 결의와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다. 특히 김만덕 할망의 정신은 척박한 땅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온 제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듯해 마음이 뭉클해진다. 소란스러운 관광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이곳에 있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느린 산책의 미학

탑들을 둘러싼 숲길은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만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시간. 나무들이 겹겹이 만들어낸 그늘은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적당히 걸러준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너무 이른 아침보다는 오후 햇살이 길게 늘어지는 3시에서 4시 사이,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며 역사의 흔적을 천천히 음미해보길 권한다. 사라봉을 오르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가벼운 등산 후에 들러 땀을 식히며 머물기에도 제격이다. 모충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제주라는 땅이 품어온 깊고도 고요한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도서관 같은 장소다.

실용적인 여행 팁

모충사는 사라봉 공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주변에는 제주항과 산지등대가 가까워 코스를 짤 때 함께 묶어 둘러보기 좋다. 다만, 산길을 걷게 되니 가급적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화려한 볼거리를 찾는 여행자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주의 본모습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깊은 여운을 주는 곳도 드물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모충사는 입장료가 있나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여 둘러볼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가장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사라봉 공원 내에 있어 산책하기 좋은 오후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특히 해 질 녘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노을을 감상한 뒤 모충사를 여유 있게 둘러보는 코스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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