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낭만, 흑·백·적·회색 모래가 일렁이는 중문색달해수욕장 기록
2026-05-07
발끝에 닿는 4색 모래의 감촉, 진모살의 기록
서귀포 색달동에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에 도착해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백사장으로 첫발을 내디뎠어요. 이곳은 예전부터 ‘진모살’이라고 불렸다고 하죠. 긴 모래 해변이라는 뜻만큼이나 활처럼 휘어 부드럽게 굽이치는 560미터의 해안선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건 모래의 빛깔이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흑색, 회색, 적색, 그리고 백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햇살이 파고드는 각도에 따라 모래사장 전체가 은하수처럼 반짝이기도, 묵직한 화산석과 어우러져 깊은 검은빛을 내기도 하더군요. 제주의 거친 화산석과 보드라운 모래가 맞닿아 빚어내는 이 풍경이야말로 진정한 자연의 미학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의 활기, 그리고 청정의 바다
중문색달해수욕장은 다른 해변보다 파도가 제법 높고 잦은 편입니다. 덕분에 이곳은 서퍼들에게는 일종의 성지 같은 곳이죠.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저까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매년 6월이면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서핑 대회가 열린다는 소문이 괜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서핑 보드뿐만 아니라 제트보트나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습니다. 물속이 훤히 비칠 만큼 깨끗한 바다를 보니 왜 이곳이 과거 최고의 청정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올렸는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무리해서 물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그저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이었네요.
쉬리의 언덕에서 마주한 제주의 가장 긴 하루
바다를 실컷 즐긴 뒤에는 해변의 끝자락,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한 ‘쉬리의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올라 숨이 차오를 무렵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색달해변은 방금 전 내가 거닐던 곳과는 또 다른 우아함을 뽐내고 있더군요.
언덕 벤치에 앉아 저 멀리 수평선 끝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제주의 일몰은 유독 진하고 길게 남는 것 같습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까지, 주황색과 보랏빛이 뒤섞인 하늘 아래 서 있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이곳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명당이라는데, 다음엔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 아침 바다를 마주하러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실용적인 여행자를 위한 팁
중문색달해수욕장은 중문관광단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천제연폭포나 대포주상절리와 함께 묶어 코스를 짜기 아주 좋습니다. 대중교통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주차장이 꽤 붐비는 편이라 조금 일찍 서두르는 것을 권합니다. 파도가 강한 날이 많으니 물놀이를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안전 요원의 안내를 따르고, 서핑을 즐길 분들은 미리 강습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사계절 각기 다른 표정을 보여주지만, 해변의 색감을 가장 선명하게 눈에 담고 싶다면 맑은 날 정오 전후를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꼭 즐겨야 할 활동은 무엇인가요?
- 높고 잦은 파도를 이용한 서핑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제트보트, 윈드서핑 등 다양한 수상 레저 활동이 가능하며, 해변 바로 옆 쉬리의 언덕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하여 천제연폭포, 대포주상절리와 이동 거리가 매우 짧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명소를 함께 둘러보기에 최적의 위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