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의 숨결, 영주 죽계구곡에서 마주한 아홉 굽이의 시적 풍경
2026-06-05
소백산의 품, 아홉 굽이 흐르는 맑은 기억
영주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기대했던 곳은 소백산 국망봉에서 발원해 내려오는 죽계구곡이었다. 차 창문을 살짝 내리자 숲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금당반석 위로 옥구슬이 흩어지듯 흐르는 물소리는 도심의 소음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이곳은 단순히 계곡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왜 옛 선비들이 이곳에 머물며 시를 읊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려 시대 안축 선생의 '죽계별곡'부터 퇴계 이황 선생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득한 문인들이 이곳의 풍경을 보며 어떤 마음으로 붓을 들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1곡부터 9곡까지 약 2km의 길은 거창한 등산보다는 느긋한 산책에 가깝다. 투명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휘감아 도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초암사, 의상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죽계구곡의 끝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작고 소박한 사찰, 초암사가 나타난다. 이곳은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세우기 전, 임시로 초막을 짓고 수행하던 곳이라 전해진다. 전쟁의 아픔으로 한때 쇠락했었지만, 지금은 다시 정갈한 모습으로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절 마당에 서서 올려다보는 소백산의 능선은 마치 누군가 부드러운 붓으로 그려놓은 듯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 소리가 맑게 울렸고, 사찰 주변을 감싼 나무들은 저마다 깊은 초록빛을 머금고 있었다.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고요하다'는 말 한마디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여행의 기록, 기억을 위한 작은 팁
죽계구곡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숲이 가장 싱그러운 초여름이나 단풍이 내려앉는 가을에 방문하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시간대에 방문하면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안개가 더해져 훨씬 몽환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주변 여행지로는 죽계천이 끝자락에서 감싸 안고 흐르는 소수서원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의 차분한 학풍과 죽계구곡의 자연을 하루에 다 담아내는 코스는 영주의 정수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걷기 편한 운동화를 챙기고,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만 해오시길 바란다.
자주 묻는 질문
- 죽계구곡은 걷기에 난이도가 어떤가요?
- 등산보다는 완만한 산책로에 가깝습니다. 약 2km의 거리로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코스이니 편한 운동화를 착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나요?
- 바로 인근에 소수서원이 위치해 있습니다. 죽계천이 서원을 휘감아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니, 죽계구곡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들러보시면 좋습니다.
-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 오전 시간대에는 숲의 싱그러움과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고, 인파를 피해 고즈넉한 풍경을 사진에 담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