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위의 숨결을 따라서, 울진 백암산에서 마주한 겨울의 위로
2026-07-29
하얀 바위가 건네는 묵직한 인사
울진의 겨울은 유독 공기가 차갑고 투명하다. 경상북도 울진군 온정면 덕인리에 자리한 백암산으로 향하는 길,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세가 마치 거대한 병풍처럼 넉넉하게 펼쳐진다. 백암산이라는 이름은 정상부의 바위들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 실제로 마주한 백암산은 이름만큼이나 정갈하고 우직했다. 해발 1,004m의 높이답게 산허리에는 지난밤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고, 뽀드득거리는 발소리가 적막한 숲속에 메아리쳤다.
산 전체를 감싸 안은 겨울 바람은 꽤 매서웠지만, 그만큼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는 맑았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머금은 산답게 산체가 크고 넉넉해서일까, 걷는 내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정상 근처에 다다를수록 눈앞에 펼쳐진 하얀 바위들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깎아지른 절벽의 웅장함을 마주하고 있자니, 일상의 소소한 고민들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오르는 백암산의 세 가지 길
백암산을 오르는 길은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다. 가장 익숙한 코스는 온천장에서 출발해 천냥묘를 지나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약 2시간 남짓 걸리는 이 코스는 울창한 숲의 향을 오롯이 느끼며 산행의 재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좀 더 역동적인 산행을 원한다면 백암폭포를 거쳐 백암산성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는 지친 다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산행 시간을 조금 길게 잡고 자연의 품에 온전히 머물고 싶다면 내선미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선택해보자. 용소와 합수곡을 따라 4시간 정도 걷다 보면,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산의 깊은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계곡이 깊어 낙동강과 동해로 흘러가는 물줄기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비로소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실감하게 된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울진의 산줄기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여행의 마침표, 온천에서 누리는 온전한 휴식
산행 후의 묘미는 무엇보다 백암온천에 있다. 산자락 동쪽에 자리 잡은 백암온천은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에 더할 나위 없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산을 오르며 뭉쳤던 근육이 사르르 풀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산의 풍경과 따스한 온기의 조화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위로가 있을까.
백암산 여행은 한여름의 푸름도 좋지만, 역시나 눈이 쌓인 겨울이 정취가 깊다. 산의 하얀 바위와 대비되는 순백의 설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1월에서 2월 사이, 이른 아침 산행을 시작해 해가 높이 뜨기 전 산을 즐겨보는 것을 권한다. 해 질 녘이면 온천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여행의 마무리는 온천 마을에서 따뜻한 식사와 함께 보내는 것이 좋다. 백암산은 내게 다시 일상을 견딜 힘을, 그리고 자연이 주는 묵직한 위로를 선물한 곳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 백암산 등산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는 무엇인가요?
- 온천장에서 출발하여 천냥묘와 정상 갈림길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가 약 2시간 정도로 가장 짧게 소요됩니다.
- 백암산 방문 시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요?
- 동쪽 산자락에 위치한 백암온천이 있습니다. 산행 후 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코스로 구성하면 여행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