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맛보다, 90년 역사가 깃든 다동 용금옥 추어탕 기행

골목 끝에서 만난 서울의 시간, 용금옥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어느 오후, 다동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찾지 못할 만큼 소박한 입구, 하지만 그 안에는 90년이라는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용금옥'이 있습니다. 1932년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는 문패를 마주하니,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낡은 나무 바닥이 기분 좋게 삐걱거렸고, 훈훈한 온기와 함께 진하고 구수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습니다. 현대적인 빌딩 숲 사이에 숨겨진 이 옛집은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미꾸라지 그 이상의 깊은 맛, 서울식 추어탕

이곳의 대표 메뉴인 추어탕은 우리가 흔히 아는 걸쭉한 남도식과는 결이 전혀 다릅니다.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어 끓여내는데, 육수의 베이스가 양지머리나 곱창으로 우려낸 국물이라 그런지 첫 맛은 육개장과 비슷하게 얼큰하고 담백합니다.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 향은 온데간데없고, 파와 고춧가루가 어우러진 국물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죠. 투박하게 썰어 넣은 채소들이 푹 익어 국물에 녹아든 그 맛은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온몸에 건강한 기운이 도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된 식당만이 낼 수 있는 정직하고 깊은 풍미를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다동의 낭만과 함께하는 산책 팁

용금옥에서의 식사를 마쳤다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주변을 거닐어 보세요. 다동과 무교동 일대는 과거의 정취와 현대의 바쁨이 묘하게 섞여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식사 후에는 근처 청계천을 따라 산책하기 좋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의 다동 골목은 직장인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나면 한결 고요해집니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는 역시 한산한 오후 2시쯤입니다. 북적이는 점심시간의 열기를 피해 느긋하게 앉아 옛 정취를 음미하고 싶다면, 이 시간이 가장 적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90년의 시간을 이어온 맛의 가치는 직접 가서 마주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용금옥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요?
서울 중구 다동길 24-2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철역으로는 을지로입구역이나 시청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하며, 다동의 좁은 먹자골목 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도식 추어탕과 어떻게 다른가요?
용금옥의 추어탕은 서울식으로,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어 끓입니다. 또한 된장 베이스가 아닌 양지머리나 곱창 육수를 사용하여 마치 얼큰한 육개장과 같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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