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시간을 맛보다, 화교의 정통 중식을 이어가는 노포 '신승관' 탐방기

세월의 겹이 쌓인 종로의 맛, 신승관을 마주하다

문득 뜨끈하고 정직한 한 끼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서울의 중심, 종로 1가 빌딩 숲 사이를 걷다 보면 묘하게 시간의 흐름이 다른 듯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이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신승관'은 나에게 특별한 노포 중 하나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그저 오래된 식당이 아니다. 화교 출신의 주방장이 대를 이어 지켜온, 이른바 '가업의 무게'가 담긴 공간이다. 요즘 흔히 보이는 거대한 기업형 프랜차이즈 중식당과는 결이 다르다. 사장님이 주방을 직접 챙기며 메뉴 하나하나에 전통과 변화를 동시에 녹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식탁에 놓인 요리가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초록빛 설렘, 신승관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요리들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주문한 건 이곳의 시그니처인 시금치 물만두다. 매일 아침 직접 시금치 즙을 내어 반죽한다는 그 피는 정말이지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투명한 피가 톡 터지며 신선한 채소와 재료들이 어우러진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담백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그 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성 그 자체다.

메뉴판을 훑다 보면 '복살볶음'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중식당에서는 도통 보기 힘든 이 요리는 복어 살을 바삭하게 튀겨내어 고추기름과 두반장에 화르르 볶아낸 것인데,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젓가락질을 멈추기 어려웠다. 부드러운 전가복이나 머스터드 소스를 곁들여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새우솔살튀김 또한 신승관이 왜 오랜 시간 사랑받았는지를 증명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중식의 기본이자 자존심인 짜장면의 소스가 범상치 않다. 진하고 깊은 풍미가 밴 그 짜장 한 그릇은, 왜 이곳이 짜장면 하나로도 종로를 평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종로의 정취를 따라, 방문을 위한 짧은 안내서

신승관은 지하철 종각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무척 좋다. 주말보다는 평일 점심시간이 특히 붐비는 편이라, 조금 느긋하게 노포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서 방문하는 게 팁이다. 오후 2시쯤의 느긋한 햇살이 창가로 들어올 때, 낡은 식탁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을 먹는 기분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다.

주변에는 청계천이 흐르고 있어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길을 걷기에 참 좋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빌딩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골목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그저 신승관의 오래된 의자에 앉아 대를 이어온 요리의 맛을 음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한 종로의 하루가 완성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될까. 아마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따뜻한 만두가 다시 그리워져 발걸음을 옮길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신승관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종로1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종각역 인근이라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좋습니다.
신승관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가 있나요?
시금치 즙으로 피를 만든 시금치 물만두와 복어 살로 볶아낸 복살볶음, 그리고 부드러운 새우솔살튀김과 깊은 맛의 짜장면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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