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마음이 머무는 곳, 정읍 정읍사공원에서 보내는 오후
2026-08-02

백제의 노래, 기다림의 향기가 머무는 언덕
정읍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정읍사공원이다. 정읍시 정읍사로 541, 시내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소음은 씻은 듯 사라졌다. 이곳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가요인 '정읍사'의 테마를 담고 있는데,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의 마음을 형상화한 망부상을 마주하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공원을 거니는 내내 살랑이는 바람에 섞인 숲 내음이 참 좋았다. 단순히 조형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읍사 이야기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옛 여인의 기다림 속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높은 곳에 위치한 사모정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멀리 보이는 정읍 시내의 소소한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잠시 벤치에 앉아 쉬어가는 이 시간이야말로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숲이 건네는 위로,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
공원 언덕 위쪽으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유아숲체험원이 자리하고 있다. 숲속 잔디 마을과 단풍 숲속 놀이터는 인위적인 시설물보다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어, 흙을 밟고 나무 사이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어른들에게는 고즈넉한 사색의 공간이자, 아이들에게는 생생한 자연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이 다정함이 참 좋다.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정읍사 오솔길의 시작점이 눈에 들어온다. 체력이 조금 더 남아있다면 이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공원 바로 옆에는 편백 산림욕 숲이 펼쳐져 있는데,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편백 향이 산책의 피로를 싹 잊게 해준다. 가만히 눈을 감고 숲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길 권한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이 도심 가까이에서도 이렇게 생생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함께 걷는 정읍의 여유로운 오후
정읍사공원 주변은 여행자들에게 참 다정한 동네다. 공원 근처에 자리한 정읍시립 미술관과 정읍사 예술회관은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는 훌륭한 쉼터가 된다. 가벼운 차림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미술관에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한 뒤 편백 숲의 기운을 받는 코스라면 정읍에서의 하루가 더없이 완벽해질 것 같다.
특별히 화려한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곳에는 시간의 속도가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한 평온함이 있다. 햇살이 길게 늘어지는 늦은 오후, 따스한 빛을 머금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혼자 걸어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곳. 정읍에 들른다면 한 번쯤은 이 기다림의 언덕에서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자주 묻는 질문
- 정읍사공원은 어떤 계절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 사계절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편백 숲의 싱그러움을 느끼기 좋은 봄과 울창한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에 방문하시면 더욱 정취 있는 산책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주차 시설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 공원 인근에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차를 이용해 방문하기 편리합니다. 다만 주말이나 관광 성수기에는 방문객이 많을 수 있으니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