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 책에 폭싹 빠졋수다: 제9회 제주독서대전 여행 기록

사라봉의 가을, 책 향기로 물들다

제주 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특유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 대신, 오늘은 왠지 종이 냄새가 섞인 듯한 설렘이 앞섰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 자락에 자리한 우당도서관이다. 10월 말의 제주는 여름의 열기를 씻어낸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곳에서 만난 제9회 제주독서대전은 제주의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활기로 가득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책에 폭싹 빠졋수다'. 제주 방언의 따뜻한 어감이 책 속에 온전히 잠겨보라는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책들이 뿜어내는 정적인 아우라와 사람들 간의 소곤거리는 대화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소음이 되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책을 매개로 지역 사회가 소통하는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왔다.

귀를 기울여 듣는 이야기, 마음을 채우는 강연

독서대전의 백미는 역시 저자들과의 만남이다. 올해는 제주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의 고명환 작가님과 어린이 도서 '오늘부터 배프! 베프!'를 그린 김성라 작가님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텍스트 너머의 진심을 마주하는 시간은 텍스트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강연장 주변을 걷다 보면 '책들의 수다방'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세대와 계층을 넘어 책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모습들. 누군가는 눈을 감고 강연을 경청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문해력을 체크해보는 '나의 문해력 책, 첵(Check!)' 부스 앞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책GPT에게 내 마음을 물어봐' 같은 최신 기술과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은 책을 낯설어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진입로가 되어주는 듯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책과 함께 걷는 길

독서대전이 열리는 사라봉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산책로다. 행사장 안에서 머릿속을 책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면, 밖으로 나와 사라봉 산책로를 걸으며 뇌를 식혀보는 것을 권한다. 도서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시의 풍경과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이다.

주변을 둘러볼 땐 산지등대와 함께 어우러진 바닷길을 따라 건입동 골목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다. 제주의 오래된 흔적들이 책 속의 과거 이야기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 곳이다. 축제 기간 동안 우당도서관 일대는 책의 가치를 나누는 커다란 광장이 된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도 이곳에선 외로울 틈이 없다. 책이라는 친구가 늘 곁에 있으니까. 다음 독서대전이 열리는 10월, 다시금 제주를 찾게 될 것만 같다.

여행 팁

자주 묻는 질문

제주독서대전은 언제 개최되나요?
제9회 제주독서대전은 2025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제주시 우당도서관 일원에서 개최됩니다.
주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자 강연, 책 속 등장인물 분장놀이 대행진, 책GPT 체험, 나의 문해력 체크, 책들의 수다방 등 전 연령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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