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의 정점, 고즈넉한 풍경과 정성이 깃든 식탁 수석정

보문단지의 소란함을 지나 만난 평온함

경주에서의 오후는 늘 조금 특별하다. 묵직한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경주박물관 근처 내리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수석정'은 그런 경주의 시간을 가장 잘 담아낸 공간이 아닐까 싶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고소한 음식 향과 차분한 조도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다독여주는 듯했다.

가게 안은 마치 작은 박물관 같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한국적인 미가 돋보이는 액자들과 고풍스러운 병풍, 그리고 이름처럼 귀하게 모셔진 수석들이 공간 곳곳에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 비치는 경주의 부드러운 햇살이 병풍 위로 흩어질 때, 나는 비로소 경주에 왔음을 실감한다.

오감으로 맛보는 경주의 정성

자리에 앉아 따뜻한 숭늉 한 그릇을 먼저 마셨다. 차가워진 손끝에 전해지는 유기그릇의 묵직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고소하고 구수한 숭늉 맛은 비워진 속을 차분하게 달래주었다. 이어지는 코스 요리들은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전복죽은 바다의 향을 머금고 있었고, 갓 구워낸 떡갈비는 입안에서 육즙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촉촉했다. 특히 정갈하게 담긴 궁중잡채는 그 색감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했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이라 더욱 좋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들려오는 나지막한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젓가락이 그릇에 닿는 정갈한 소리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했다.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음식의 온기와 풍미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머무를수록 깊어지는 경주의 시간

수석정은 경주박물관에서 도보로도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박물관에서 천년 신라의 숨결을 깊이 들여다본 뒤, 허기진 배를 달래러 들르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동선이다. 오후 2시쯤의 느지막한 점심이나, 해 질 녘 노을이 담장을 넘어올 무렵의 저녁 식사를 가장 권하고 싶다. 경주의 빛은 유독 부드러우니까.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바로 근처의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해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월정교나 동궁과 월지의 야경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매력적이다. 배불리 먹고 나와 걷는 경주의 밤공기는 왜 그리도 달콤한지. 여행은 결국 이렇게 소중한 맛과 풍경이 겹겹이 쌓여 완성되는 것 같다. 다음 경주 여행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이곳의 따뜻한 숭늉 한 잔을 기억하며 다시 문을 두드릴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수석정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경상북도 경주시 내리길 41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립경주박물관과 매우 가까워 관람 전후에 방문하기 좋습니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가 있을까요?
점심시간이나 해 질 녘 저녁 식사 시간을 권합니다. 경주의 고즈넉한 빛이 실내 병풍과 액자에 드리울 때 공간의 정취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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