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소산마을의 고요한 시간, 어머니를 향한 효심이 깃든 삼귀정 산책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소산마을, 그 끝에서 만난 풍경

안동의 늦가을, 햇살이 유난히 투명했던 날 소산마을을 찾았다. 안동 김씨 집성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 입구부터 낮고 정갈한 돌담길이 이어진다. 바람에 실려 오는 옅은 흙냄새와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가 전부인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을의 끝자락,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삼귀정에 다다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와지붕의 실루엣이었다.

삼귀정은 1496년, 김영수라는 인물이 어머니 예천 권씨를 위해 지은 정자라고 한다.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에서 수많은 계절을 견뎌왔을 테지만, 1947년에 다시 지어진 덕분에 정자의 자태는 여전히 정갈하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르자마자 뺨을 스치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참 반가웠다. 사방이 탁 트인 구조 덕분에 마을의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완벽한 쉼터였다.

거북이를 닮은 바위, 그 속에 담긴 아들의 마음

정자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왼쪽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세 개의 바위가 묘한 기운을 풍기며 자리 잡고 있었다. 고인돌로 추정된다는 이 바위들은 얼핏 거북이의 등껍질을 닮았다. 예부터 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영물이지 않은가. 정자 아래에 굳이 세 마리의 거북바위를 곁에 둔 것은, 어머니가 부디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곁에 머물러 주시길 바랐던 아들들의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을 헤아리며 정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화려한 궁궐보다 이 작은 정자가 가진 온기가 더 깊게 다가왔다. 현판에 적힌 이종준의 필체 또한 단정하고 힘이 있다.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나뭇잎 사각이는 소리와 함께 500년 전 아들들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곳에 올랐을 발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거창한 수식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묵직하게 움직이는 힘, 그것이 바로 삼귀정이 가진 매력이다.

삼귀정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 팁

소산마을은 아주 작고 조용한 동네다. 삼귀정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행이 되겠지만, 이왕이면 마을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아서 어디를 보아도 안동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가장 좋은 방문 시기는 역시 햇살이 따스한 낮 시간이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해가 살짝 기울기 시작하면 정자 마루로 들어오는 햇살이 가장 아름답다. 챙겨온 보온병의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세상의 소음은 모두 멀어지는 기분이다. 주변에 특별한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니 필요한 간식이나 물은 미리 챙겨가길 바란다. 여행자로서 이곳의 고요를 깨뜨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삼귀정은 언제나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삼귀정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있나요?
안동 시내에서 소산마을까지 향하는 버스가 있으나 배차 간격이 긴 편입니다. 안동역이나 시내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차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편리합니다.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요?
소산마을 자체가 안동 김씨 집성촌으로 마을 곳곳이 고풍스럽습니다. 근처에 병산서원이나 하회마을과도 그리 멀지 않아 함께 동선을 짜시면 알찬 하루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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