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입구, 250개의 표정을 가진 장승공원 산책
2026-01-31
나무 향기 가득한 길 위에서 마주한 250개의 얼굴
안동 하회마을로 향하는 길,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59, 그곳에 자리한 안동 장승공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한 기운을 품고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나무 내음과 흙냄새가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 이곳은 하회장승촌 목석원의 김종흥 명인이 정성스레 일궈낸 특별한 공간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각양각색의 장승들이다. 버려진 나무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완성된 250여 기의 장승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하다. 우락부락한 인상으로 마을을 지키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물론, 마치 시골 동네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고 있는 장승들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어느 하나 똑같은 표정이 없다는 점이 이 공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안동다움이 묻어나는 장승들의 이야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나 하회탈을 형상화한 장승들이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안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투박하면서도 정교한 미학이 돋보인다. 휘어진 나무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수줍은 처녀가 기둥 뒤에 숨은 듯한 모습을 빚어낸 솜씨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나무 기둥에 두 얼굴을 새겨 넣은 장승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이 녀석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승은 예부터 마을 입구에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수호신이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장승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공원을 천천히 거닐며 장승의 투박한 얼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조형물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건, 바로 이런 자연의 결을 고스란히 담은 사람의 손길이 아닐까 싶다.
안동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팁
장승공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다. 해 질 녘, 노을이 낮게 깔릴 때 공원을 방문하면 나무 조각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며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바람이 잦아드는 조용한 시간에 방문해 나무 냄새를 깊이 들이마셔 보길 권한다.
이곳을 들렀다면 당연히 인근의 하회마을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걷는 길은 안동 여행의 백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병산서원까지 함께 엮어 이동하는 것도 좋다. 장승공원에서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안동의 고즈넉한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걷는 것. 그것이 안동을 가장 안동답게 여행하는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 안동 장승공원을 방문할 때 적절한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 오후 늦은 시간, 해가 저물기 전 빛이 부드러워지는 시간에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장승의 표정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고, 공원 특유의 고즈넉한 감성을 만끽하기 좋습니다.
-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요?
- 바로 근처에 하회마을이 있어 연계 코스로 다녀오기 매우 좋습니다. 또한 낙동강을 끼고 있는 병산서원도 차로 이동하기 좋은 거리에 있어 안동의 정취를 느끼기에 최적의 동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