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시간을 머금은 곳, 석포일출일몰전망대에서 마주한 바다

역사의 숨결이 머무는 울릉도의 끝자락

울릉도 북면, 차가운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천부리의 어느 언덕 끝에 닿았다. 석포일출일몰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했다. 이곳은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망루를 세우고 막사와 전신소, 지하 대피소까지 만들었던 흔적이 깃든 땅이다. 한때는 마을 주민들이 동원되어 거대한 대포를 끌어올려야 했던 고단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시절의 살벌함 대신,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풀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하다. 건물은 사라지고 차가운 기초석만 남았지만, 그 터를 밟고 서 있으니 1945년까지 이곳을 지켰을 누군가의 시선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과거의 아픔 위로 겹겹이 쌓인 울릉도의 푸른 파도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3대 비경을 품은 파노라마의 황홀함

2층 팔각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비경이 펼쳐진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공암(코끼리바위)과 관음도, 그리고 뾰족하게 솟아오른 삼선암이 바다 위를 수놓고 있었다. 북면의 해안 절경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다. 멀리 죽도까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동해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에메랄드빛에서 짙은 남색으로 시시각각 표정을 바꿨다.

이곳의 진미는 뭐니 뭐니 해도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는 수평선이다. 해가 떠오를 때면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고, 해가 질 무렵이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 고요해진다. 데크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리는 고요한 오후,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며 긴 시간을 머물렀다. 쉼터에 앉아 가져온 따뜻한 차 한 잔을 들이키니, 울릉도 여행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걷는 즐거움, 석포옛길이 주는 위로

조금 더 깊이 울릉도를 느끼고 싶다면 석포전망대에서 내수전일출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석포옛길 트래킹을 권하고 싶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흙의 감촉과 울창한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도심에서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왜 사람들이 울릉도를 '신비의 섬'이라 부르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이곳은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가 따로 없다. 아침에는 희망찬 햇살을, 낮에는 눈부신 쪽빛 바다를, 오후에는 노을의 서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북면을 여행 중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거창한 준비물도 필요 없다. 그저 울릉도의 바람을 맞이할 가벼운 옷차림과, 역사가 남긴 자리에 서서 지금의 평화를 누릴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자주 묻는 질문

석포일출일몰전망대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천부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망대 근처에 주차 후 약간의 도보 이동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석포옛길 트래킹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 내수전일출전망대로 이어집니다. 또한 북면 인근의 관음도나 삼선암 등 주요 해안 비경들을 연계하여 코스를 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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