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작은 산책, 삼척 육향산에서 마주한 짙은 역사의 숨결

바닷바람이 실어다 준 옛이야기, 육향산에 닿다

삼척 정상동의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눈앞에 솟아오른 자그마한 산 하나가 발길을 붙듭니다. 바로 육향산입니다. 예전에는 섬이었다고 해서 '죽관도'라 불리기도 했다는 이 작은 산은, 지금은 뭍과 이어져 소나무 향 가득한 산책로가 되어주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짭조름한 동해의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귓가에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리듬이 맴돕니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정겹지만, 그 위에는 묵직한 역사가 내려앉아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 조선시대 동해안 방어의 핵심이었던 삼척포진성이 자리했던 곳이에요. 당시의 긴장감 넘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수평선이 그 시절 수군들이 바라보았을 시선과 맞닿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돌에 새긴 진심, 척주동해비와 평수토찬비

육향산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척주동해비'와 '평수토찬비'입니다. 조선 현종 2년,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미수 허목 선생이 세운 이 비석들은 그 자체로 세월을 견뎌온 예술 작품 같아요. 돌 표면의 거친 질감을 따라 손끝을 대보면, 수백 년 전 백성들의 평안과 바다의 안전을 간절히 바랐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오래된 비석의 비문을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집니다. 옆에 자리한 육향정은 잠시 쉬어 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에요. 정자에 앉아 바람에 실려 오는 솔향을 맡으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복잡했던 일상의 소음들이 먼바다로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의 붉은 노을이 비석에 머무는 모습은 육향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죠.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 그리고 삼척의 여정

매년 이곳에서는 삼척포진영 영장고혼제 및 육향 문화축제가 열린다고 해요. 어민들의 풍어를 빌고 바다를 지키던 이들을 기리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이는 축제라니, 다음번에는 꼭 그 시기에 맞춰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소망을 빌며 남긴 온기가 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덕분인지, 육향산을 걷는 동안 내내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육향산을 둘러본 후에는 주변으로 발길을 옮겨보세요. 바로 근처의 새천년해안유원지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엑스포타운에서 조금 더 깊은 삼척의 문화를 엿보는 것도 좋겠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신당공원이나 민물고기전시관까지 들러보며 알찬 삼척 여행을 완성해 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육향산은 높지 않으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소리와 역사 속 인물의 발자취에 집중할 때, 비로소 이곳이 가진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육향산은 어떤 복장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을까요?
산이라기보다 완만한 언덕에 가까워 가벼운 산책 복장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약간의 계단이 있을 수 있으니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장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오후 시간대부터 해 질 녘까지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늦은 오후, 정자에 앉아 서서히 물드는 동해 바다의 노을을 감상하는 시간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육향산과 인접한 새천년해안유원지나 엑스포타운을 먼저 둘러보시고, 차로 이동하여 해신당공원이나 민물고기전시관을 코스로 묶어 여행하면 삼척의 매력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소쿨리스트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