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의 깊은 숲, 국립 용대자연휴양림에서 찾은 여름날의 기록

숲이 건네는 가장 차가운 위로, 용대자연휴양림

창문을 열자마자 밀려 들어오는 눅눅한 도심의 공기가 아닌, 서늘하고 맑은 바람이 뺨을 스치던 날. 강원도 인제, 그중에서도 진부령 정상 가까이에 숨겨진 국립 용대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해발 600m, 최북단에 자리한 이 숲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공기의 밀도부터 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쌉싸름한 흙내음과 참나무, 소나무가 뿜어내는 싱그러운 피톤치드가 폐부 깊숙이 박혔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계곡이다. 매봉산과 칠절봉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는 어찌나 차가운지, 한여름임에도 발을 담근 지 10분을 버티기가 힘들 정도다. 찰랑거리는 물소리는 마치 숲이 내게 건네는 연주곡 같았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살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숙여 물속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투명하게 비치는 자갈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세상의 소음은 모두 멀어진 기분이었다. 마치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이라는 ‘연화 분 수형’ 지형 덕분인지, 휴양림 안에 머무는 동안 마음이 묘하게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사계절이 머물다 가는 인제, 계절의 맛을 찾아서

용대자연휴양림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전시장이다. 봄에는 새순이 돋아나는 연둣빛 향연을, 여름에는 더위를 잊게 만드는 깊은 녹음을, 가을에는 타오를 듯 붉은 단풍을,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을 보여준다. 어떤 계절에 방문해도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인제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1월의 빙어 축제부터 3월의 고로쇠, 5월의 황태, 7월의 레포츠 축제까지, 인제의 풍경만큼이나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숲에서의 정적인 휴식도 좋지만, 인근 마을의 축제와 연계해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낮에는 숲길을 걷고,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휴양림 데크에 앉아 인제에서 난 황태 요리를 맛보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여행의 절반은 완성된 기분이다. 인제군 북면 연화동길 7,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달리는 길조차도 설악산으로 향하는 길목이라 드라이브하는 내내 눈이 즐겁다.

숲과 함께하는 느린 여행, 주변 즐기기

휴양림에만 머물기 아쉽다면 주변을 둘러보자. 설악산국립공원이 지척이라 백담사나 십이선녀탕, 장수대, 대승폭포 같은 이름난 명소들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숲은 우리에게 ‘잠시 멈춤’을 가르쳐주니까.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휴양림 안의 인공 낙엽수림과 참나무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곳은 동해 바다로 통하는 46번 국도와도 가깝다. 휴양림에서 며칠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비워낸 뒤, 차를 몰고 동해안으로 넘어가 푸른 바다를 마주하는 코스도 아주 매력적이다. 숲의 깊은 고요와 바다의 넓은 파도 소리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체류형 휴양지다. 다시 인제를 찾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숲의 사계절을 하나씩 천천히 만나보고 싶다.

자주 묻는 질문

국립 용대자연휴양림에 가려면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가요?
최북단 고지대에 위치해 여름에도 밤에는 서늘할 수 있으니 가벼운 겉옷을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계곡 물놀이를 즐기신다면 여벌의 옷과 타월도 필수입니다.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관광지는 어디인가요?
설악산국립공원 내 백담사, 십이선녀탕, 장수대, 대승폭포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가 가능합니다. 또한 동해안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동해 관광과 병행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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