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고즈넉한 시간, 위라리칠층석탑을 만나다
2026-01-31
발끝에 닿는 고려의 시간
강원도 화천의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춘화로 3370, 위라리라는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낯선 곳에서의 여행은 늘 기대와 설렘을 동반하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맑은 화천의 공기였습니다. 산들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도심의 매캐한 공기와는 사뭇 다른 풀 향기와 흙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어요.
위라리칠층석탑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고요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커다란 바닥돌 위에 7층의 탑신을 묵묵히 올리고 있는 석탑을 마주하니,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묵직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흩어진 역사를 잇는 손길
석탑 앞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탑이 걸어온 시간이 조금 더 자세히 보였습니다. 원래는 3층까지만 온전히 남아 있었고, 4층부터는 지붕돌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해요. 흩어졌던 기단부와 탑몸돌들을 모아 197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해 냈죠. 4층부터는 새롭게 보충된 돌들이지만, 1층부터 3층까지 원래의 몸돌이 가진 그 투박하고도 정겨운 결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각 모서리마다 섬세하게 새겨진 기둥 무늬를 손끝으로 가만히 상상해보며 걷다 보면, 고려시대 어느 장인이 돌을 다듬던 망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2층에서 급격히 줄어들던 높이가 3층부터는 아주 미세하게 줄어드는 변화, 그리고 지붕돌 아래의 3단 받침대까지. 남계원칠층석탑과 닮아있다는 설명처럼, 이 작은 탑에는 당시의 건축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화천 여행을 위한 팁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탑 주변을 감싸는 작은 풀벌레 소리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섞여 마음이 한결 차분해집니다. 화천군 하남면 일대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참 좋습니다. 석탑을 둘러보고 나면 화천의 깨끗한 강물을 따라 가벼운 산책을 이어가 보세요.
방문은 해가 너무 강한 낮보다는, 해 질 녘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오후 4시경이 좋습니다. 긴 그림자가 석탑 옆으로 길게 늘어지면 그 모습이 얼마나 운치 있는지 모릅니다. 특별한 편의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니, 따뜻한 텀블러에 차 한 잔을 담아와 벤치에 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깊이 남는 화천에서의 한 페이지가 될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 위라리칠층석탑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하남면 춘화로 3370으로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가시면 됩니다.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나 택시를 이용하시는 편이 훨씬 편리합니다.
-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 화천은 북한강을 끼고 있어 주변의 강변 드라이브 코스나 춘천과 연결되는 길목의 자연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탑 자체가 크지 않으므로 화천의 다른 자연 명소들과 묶어서 방문하는 일정으로 짜시는 것이 좋습니다.